의사단체 집단행동 돌입 카운트 다운
윤석열 정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더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강력한 반발을 예고했던 의사 단체들, 의과대 재학생 등이 오늘부터 집단행동에 돌입하기로 예정되어 있어 의료현장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른바 빅 5라고 불리는 서울 시내 대형 병원,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은 오늘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전공의는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하는 주요 의료인력이다. 이들의 집단행동에 따라 의료대란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병원 현장에서는 수술 스케줄 조정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형편이다. 병원 측은 수술과 입원 스케줄 조정 방안과 대체 인력 투입 등을 논의 중이다. 일부 병원은 수술 긴급도에 따라 연기가 가능한 환자의 명단을 취합하고 일일이 유선으로 수술 연기를 설명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전국의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보건소 등 공공병원의 진료시간을 연장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의료 서비스의 수급자라고 할 수 있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의사단체의 이러한 집단행동에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VS 의대 정원 유지
의대 정원 확대는 지난 대선 시기 여야의 공통된 공약 중 하나였다. 근거는 이미 충분했다. 우리나라의 의사수는 모자라다. 하지만 의대 정원은 2006년에 3058명으로 정한 뒤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그래서 이미 지난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의사 정원을 늘리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던 터다. 의사 정원의 부족은 지방 의료의 붕괴와 필수 분야 의사 부족으로 나타난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셈해 보면 서울은 약 3명인데, 경북은 약 1명이다. 이런 서울과 지역의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있어 더욱 문제다. 그래서 지방의 암 등 중증 질환자들이 서울까지 원정진료를 다니고 있는 모습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더군다나 소위 필수 의료 분야는 만성 의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같은 필수 의료분야보다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에 의사들이 몰리면서 필수적인 의료과목에는 인력이 부족한 현상이 생긴 것이다.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진료를 보기 위한 '소아과 오픈런' 같은 촌극이 벌어지는 이유도 이런 필수 의료인력의 부족 때문에 나타난 사태이다. 이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2035년까지 의사를 1만 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의사 단체들은 이런 문제를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필수 의료 분야의 보상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비용 체계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내과 수술보다는 장비를 주로 사용하는 분야에 더 높은 보상이 집중된다고 한다. 특히 지역의 의사들은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의사들보다 적은 수입에 지역을 뜨게 된다고. 게다가 필수 의료 분야의 경우 사람의 생명을 직접 다루다 보니 의료 사고에 따른 법적 분쟁에 자주 휘말릴 수밖에 없어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원칙으로 돌아가야
의대 정원의 확대든 축소든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어떻게 보아도 작금의 의사 단체의 집단행동은 제 밥그릇 지키기로 보인다. 제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행동에 필자는 반대하지 않는다. 생존이 아닌가? 그러나 밥그릇이라 똑같이 부르더라도 그 크기와 질에 차이가 있다. 의사들은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으로 많은 경제적 이득과 특혜를 받아온 집단이다. 이들의 집단행동은 상당한 파급력을 가지고 정치권력에 부담을 준다. 번번이 좌절한 지난 시기 의료 개혁 시도들을 보면 능히 짐작 가능하다. 많은 자본력,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잡을 수 있는 집단행동. 막강한 이익단체라 할 수 있는 단체가 이 의사 단체들이다. 이런 집단의 밥그릇을 일반적인 노동자의 밥그릇과 등치 시킬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그들의 밥그릇 크기가 너무 크다. 그렇게 가져가는 밥그릇의 크기에 비해 국민이 받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공정하지도, 우수하지도 않다.
이런 문제는 의사들만이 만들어온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에는 엘리뜨주의적인 사회 인식, 황금만능 주의, 개인주의적 성향, 입시제도 따위의 제반 문제들이 응축되어 있다. 의사가 되기 위해 치르는 통과의례는 사실 무자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노고, 치하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이 개인적인 이익만을 위한 것이 될 때는 지탄받아야 한다. 이런 사회적 환경은 단순히 몇몇의 엘이뜨가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한 명의 의료인력을 길러낼 때 투하되는 사회적 인프라, 재원의 크기 또한 가늠해야 한다. 그리고 유독 요즘 들어 유행하는 사조 가운데 하나인 '돈 버는 데 죄 없다' 비슷한 황금만능주의적인 저급한 인식도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왜냐면 생명은 돌이킬 수 없는 지고의 가치를 지닌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의사집단도 우리도 잘한 게 별로 없다. 이에 필자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싶다. 생명과 민주주의.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면서 민주적으로 대화하라. 그리고 의료 서비스를 받는 국민을 도외시하지 말고 논의의 주체로 참여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