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룡 이커머스 강자들의 한반도 진출
이커머스 시장은 이제 우리 소비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가 되었다. 이런 우리나라의 온라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으로는 쿠팡과 네이버를 들 수 있다. 쿠팡은 저렴하고 빠른 배송으로 입지를 다져왔으며, 네이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포털로써의 이점을 살려 검색 우위, 저렴한 판매수수료로 시장을 공고히 다져왔다. 이 양강 구도에 G마켓도 옥션도 위메프도 아닌 중국의 플랫폼들이 도전장을 던졌으니, 바로 이 커머스계의 세계적 공룡기업, 알리바바의 알리익스프레스와 떠오르는 신성, 테무가 그 주인공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낯설었던 중국의 이런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한반도로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대한민국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가 곧 뒤바뀔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알리와 테무, 두 앱은 작년(2023년) 국내에서 사용자 수가 가장 늘어난 앱의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11월 기준 두 앱의 국내 월간 활성사용자 수는 1061만 명을 기록했다.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이 두 기업은 이미 몸집을 키울 대로 키워 새로울 것 없는 플랫폼이지만, 우리나라에 직접 물류센터를 짓고 기간 해외배송으로 가졌던 약점까지 상쇄하겠다고 나섰으니,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은 물론 온라인 판매자들까지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타오바오, 알리바바의 모기업인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로 항저우 알리바바광고유한공사가 운영하는 B2C전문 사이트다. B2C란 Business to Consumer이란 뜻으로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라는 의미가 있다. 비교되는 것으로 B2B가 있는데 이는 비즈니스 투 비즈니스란 뜻으로 주로 도매 거래를 뜻한다. 여하튼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이라는 거대 공장에서 뽑아내는, 없는 것 없는 다양한 제품들과 저렴함으로 무장해 전 세계를 상대로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중국 셀러뿐만이 아니라 해외 셀러도 가입해 판매가 가능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중국과 교역이 가능한 나라 대부분에서 이용률이 높은 편인데, FTA를 맺은 우리나라의 경우 관세 등에서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
테무(TEMU)는 핀둬둬 산하의 온라인 장터 플랫폼으로 2022년 출시되었다. 신생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핀둬둬는 중국 내에서 농산물 공동구매 등으로 빠르게 고객층을 확대해 온 전자상거래 플랫폼 서비스 기업이다. 이들이 2022년에 출시한 테무 플랫폼은 무섭게 성장하며 주요 소비국들의 각종 앱 다운로드 지표에서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테무는 중국 현지 생산 업체와 세계 소비자를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연결, 저렴한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한다. 완전 위탁, C2M 즉 Customer To Manufacture 사업 모델을 도입한 플랫폼으로, 판매자가 중국 내 물류 창고에 상품을 입고하면 이후 판매 과정은 플랫폼이 전담하는, 공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유통 단계를 완전히 생략함으로써 초저가를 구현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시스템의 효율이 높아 61%의 확률로 9일 내에, 91%의 확률로 12일 내에 전 세계 어디든지 상품이 도착한다. 2023년 7월에는 한국에서도 다운로드가 가능해졌다. 2023년 10월, 우리나라 사용자수 증가 1위 쇼핑몰 앱에 등극했다.
우리나라에서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을 이용하는 데 단점이라면, 사실상 불가능한 A/S와 짝퉁, 너무 긴 배송기간 등이 꼽혀왔다. 그 외에는 우리나라의 어떤 플랫폼도 규모나 가격면에서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를 상대로 이길 수가 없다. 왜냐면 기실 우리나라의 쿠팡이나 네이버 등에서 저렴하게 판매되는 물건 대부분이 그런 유통경로로 그들에게서 가져온 물건들이었으니, 직접 판매하는 중국 판매자에게 한두 단계를 더 거치고 가져온 우리나라의 온라인 판매자들이 상대나 되겠는가?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판매 종사자들에게도 유리한 이점은 있었다. 물건을 가지고 빠르게 배송하면서 교환이나 반품, 환불 따위의 CS처리가 빨랐던 것이다. 그래서 같은 물건이고 비싸더라도 대한민국 판매자가 판매하는 물건을 주로 구매하는 소비자층도 많았다. 그런데 이런 판도가 바뀔 처지에 놓였다. 그나마 누리던 이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우리나라에 물류창고를 짓고 CS처리 및 물류배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무는 앞서 언급했듯이 원래 빨랐고, 테무 또한 물류창고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제 중국 구매대행이나, 중국 수입 판매는 끝났다는 하소연이 이커머스 판매자들의 카페나 모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 이커머스 시장의 미래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의 미래는 어둡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현재 온라인 판매자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잔치는 끝났다, 라는 비관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통상의 자유로 주요한 브랜드나 전자기기 등 대한민국의 우수한 제품들이 세계 시장을 누비고는 있지만, 여타의 소비재 제조업에서는 중국의 물량과 가격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따라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이 두 플랫폼의 우리나라 진출은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크게 뒤흔들어 놓을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고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면 따르되, 최소한 대한민국의 이커머스 플랫폼과 온라인 판매자들이 대비할 시간은 주어져야 옳다. 그들은 그들의 나라에서 세금을 내고, 그들의 나라에서 소비하며 노동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거대한 이커머스 시장을 키워온 것은 대한민국의 진일보한 정보통신망과 촘촘하게 연결된 교통 인프라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수많은 재원이 투하되었다. 시간, 토지, 노동, 자본 등등. 이런 투자를 바탕으로 유래 없이 빠른 이동통신망을 구축했고, 전국을 하루 안에 잇는 교통망까지 만들어냈다. 이 자양분을 통해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시장은 빠르고 거대하게 성장해 왔다. 이렇게 커졌다는 말은 그 속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 자영업자 또한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별다른 대책 없이 거대 기업들의 진출은 자칫 토종 온라인 판매자들을 사지로 내몰 수 있음을 정부 당국자나 정책 입안자들은 인지해야 한다. 이들은 우리의 이웃이고,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내고 소비하는 국민이다. 자칫하면 잘 차린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정도가 아니라 밥상 채로 빼앗길 수도 있는 일이다. 과거, 우리가 시행했던 보호무역이 우리나라의 필수 산업을 키웠고 그것이 이 나라 작금의 부를 일구는 데 크게 기여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쿠팡이나 네이버의 정책 또한 변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온라인 판매자들의 경쟁력 재고를 위해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춘다든가,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든가, 상품 제조에 지원한다든가, 중소기업의 제품 브랜딩을 지원한다든가 하는 사회적인 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굴,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이커머스 시장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되, 무너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여러 논리적, 현실적 대책을 마련하는 데 앞장을 서야 할 것이다. 그동안 꿀 빨아 왔던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각자도생 하라는 말은 하지 말자. 이 거대한 인프라는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자산이다. 이 통신망과 교통망을 빼앗긴다면 그것은 경제적 식민지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