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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비명횡사란 무슨 뜻
더불어민주당의 공천파동이 심상치 않은 기류를 보이고 있다. 소위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조롱하며 만들어진 신조어가 사천과 비명횡사다. 사천은 한자 풀이로 개인 공천이다. 이재명 대표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고 정치적으로 자신을 따르는, 소위 친명에게만 공천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담긴 말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신조어다. 어떤 공천기준을 가지고 있었든, 현재 드러나는 공천심사 결과들을 보노라면, 비명계 의원들의 이런 볼멘소리, 허투루 들을 것은 아닌 것 같다.
비명횡사의 의미는 뜻밖의 사고로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공천파동에서 나온 비명횡사는 비명계가 공천 학살을 당해 제명대로 정치적 명줄을 이어가지 못하고 죽는다는 뜻이다. 친명계 인사들이 대거 단수공천을 확정 지었다. 25일 현재까지 단수공천을 받은 현역 51명 중 비명은 고작 6명밖에 없다. 민주당 공청관리위원회는 이날 전국 선거구 21곳 중 17곳에 친명인사를 단수공천했다. 이날 발표된 선거구 중 단수공천을 받지 못한 현역은 친문계로 분류되는 도종환 의원과 비명계 박영순, 송갑석, 이용호 의원 4명뿐이다. 이에 비해 경선 지역에선 비명계 비중이 높다. 경선 확정 선거구 65곳 중 민주당 현역 지역구는 41곳으로 이중 21곳이 비명계 의원의 지역구다. 전략경선과 사실상 경선 필수 지역인 호남권을 제외하고 보자면 비명계 비중은 더 높아진다.
비명계 일부는 현역 의정활동 평가서 최하위권을 통보받아 논란을 키웠다. 하위 통보 사실을 직접 밝힌 김한정, 박영순, 송갑석, 윤영찬 의원 등은 경선 득표 최대 30% 감산이라는 페널티를 적용받는다. 사실상 컷오프에 가깝다. 반면 친명 인사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위원장직 신분을 유지한 채로 경선에 올라 '불공정 경선 논란'에 휩싸였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친명 이수진(비례) 의원은 컷오프 당하지 않고 윤영찬 의원(비명. 의정활동 평가서 최하위권)과 경선을 치르게 되어 논란이 분분한 실정이다.
건전한 토론,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이 뒷받침 된다면 어떤 정당이든 조직이든 계파가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때마다 반복되는 공천학살 잡음은 건전한 시민들이나, 지지자들을 아연하게 한다. 똘똘 뭉쳐야 할 충차대한 선거 시기에 적전분열이라니.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도 큰 상처가 될 수 있고, 차기 대권주자로서 씻을 수 없는 정치적 손실을 볼 수도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사천, 비명횡사는 그저 근거없는 말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뼈 있는 신조어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새겨듣고 물길을 바꿀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만 치르고 사라질 정당이 아니다. '님하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말이 있다. 차후 봉합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에서 그 달콤한 공천권, 휘두르시라.
명문 정당?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과 이재명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명문 대학처럼 이름 있는 정당이 되라는 말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면 더욱 좋겠지만, 소위 이재명계와 문재인계가 유기적으로 잘 결합하라는 뜻이었다. 그는 "명문 정당으로 선거를 치러야 민주당이 산다"며 그 한 방편으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서울 중 · 성동갑 공천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도부에 조언했다고 알려졌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친문계의 대표 격인 인사다.
앞서 홍익표 원내대표가 서울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전략공천 지역구로 지정된 중 · 성동갑에 임 전 실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왔다. 이런 까닭으로 임종선 전 실장의 중 · 성동갑 공천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당내에서 친문계와 친명계의 계파갈등을 폭발시킬 수도 있는 뇌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중압감 때문일까? 민주당의 전략공천관리위원회도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골든 크로스
더불어민주당의 악재는 국민의힘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천잡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 시기,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앞질렀다. 이 같은 결과는 서울경제신문이 여섯 차례에 걸쳐 여론조사한 결과로 신빙성이 높다. '비명횡사', '사천' 논란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두 배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한 달 전보다 4% 포인트 내린 36%로 집계되었고 국민의힘은 3% 포인트 오른 41%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총선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호도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넘어섰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지지율을 앞선 것은 작년 8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결정타가 되었다.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대해 공정하다와 불공정하다의 응답이 동률이었던 반면 민주당은 불공정이 53%, 공정이 27%로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이는 곧 지지율 이탈로 이어졌다. 야당의 주요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30대와 인천 · 경기는 물론 텃밭인 호남에서도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했다. 실제 이재명 대표의 당 대표 역살 수행 평가 질문에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응답이 67%에 달해 '잘하고 있다'라는 36%를 압도했다.
어쩌나?
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주당은 엄청난 악재를 만났다. 아니 스스로 만들었다. 이재명 대표가 당운영에서 보이는 편협함은 다른 계파와의 사이에 봉합할 수 없는 깊은 골을 남길 것이고, 그만큼 본인도 정치적 자산을 잃게 될 것이다.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 친이재명계의 속내는 당내에서 무리 없이 당권을 잡고 있다가 차기 대선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이재명 대표를 다시 한번 자당의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의중이 깔린 포석일 테지만, 품이 좁아지는 만큼 지지자들이 이탈할 우려도 큰 방식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골든 크로스가 난 지금이 골든 타임일 수도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여소야대의 정국을 더 선호한다. 누구를 지지하고를 떠나 일방의 독주를 막으면서 견제하는 것이 옳다는 관점에서다. 이재명 대표가 통 큰 행보를 보여야 할 시기다. 이재명 대표가 통 큰 행보를 보이려고 해도 계파 내의 요구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해내야 한다. 그것이 리더십이다. 다른 계파의 수장급들과 모여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 바란다. 그리고 적절한 답안을 도출할 때까지 밤을 새워서라도 협의해야 할 것이다. 다른 포스팅에서도 잠시 말했었지만, 적전 분열은 이적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