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열풍
거를 새라 끼니 때우듯 터져 나오는 막말과 각종 게이트 연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모르고 있다. 슈퍼 파워를 가진 미국. 초강대국 미국의 대선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정치 이벤트임이 분명하다. 올해는 그런 미국에 대선이 있다. 이런 시기에 트럼프는 식지 않는 인기를 등에 업고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을 차츰 높이고 있다. 미국 중심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 그의 재직 시절과 향후 그가 추구할 정책들을 살펴보면서 앞으로 변화될 미국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향후 펼쳐질 세계질서, 한반도 정세변화 예측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재직 시절 트럼프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 출신의 공화당 대통령이었다. 지난 선거에서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과 맞붙어 낙선한 후, 연일 선거불복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던 미 정가의 악동이다. 지난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대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낙승을 점쳤기 때문이었다. 그의 파격적인 미국 중심주의와 백인, 남성 우월주의가 유권자를 설득해 내리라 생각했던 사람은 그만큼 드물었다. 그런 그였던 만큼, 그는 재임시절에도 파격적인 외교, 안보, 경제 정책을 밀어붙였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며 세계 곳곳의 분쟁에 개입해 조정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 역할에 대한 평가야 여러 방향이지만 그런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 여하튼, 트럼프는 미국이 손해 보는 국제 정치에서 손을 떼고 국민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도움을 받으려면 돈을 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다섯 배나 더 내라고 요구해 논란이 된 바 있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고, 난민을 내쫓는 등 비인도주의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모두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경제정책 또한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미국은 원래 강력한 포함외교를 동원해 자유무역을 선두에서 지휘해 왔다. 각 나라의 무역장벽을 허무는 선봉으로써 현재 세계 무역질서의 창립자라 해도 무방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런 자유무역 때문에 미국의 경제가 무너졌다고 주장하며 무역 장벽을 다시 세우겠다고 나섰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그의 주장에 따라 관세를 높였다.
한반도 정책은 더욱 파격적이었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우리나라에게는 주둔비 인상을 들고 나왔던 트럼프가 북한에게는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던 것이다. 양국의 수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전쟁 당사국 우두머리들이었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을 떠나 이전의 미국 대통령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결국 트럼프와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하면서 그의 대북정책 파격행보는 정점을 찍는다. 물론 향후, 후속조처라든가, 합의 이행은 아쉬웠지만.
더 강력해질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한창인 지금, 트럼프가 나토를 향해 쓴 말을 내뱉었다. 나토의 동맹국들이 돈을 내지 않고 공짜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다며 회원국들을 힐난한 것이다. 나토는 유럽 국가들과 미국이 맺은 군사동맹으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집단적으로 자위권을 행사하도록 만들어진 기구다. 유력한 대권주자인 트럼프의 이러한 인식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얼마 전 트럼프는 평균 12%의 대중국 관세를 60%로 높일 것이라고 했다. 더해서 유럽연합에 대한 관세도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이니,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강화될 것이 명약관화다. 미국은 세계적인 소비국가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무역시장이자, 소비재 소비국가로 환경주의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최악의 국가이다. 이런 국가가 무역장벽을 세우고 빗장을 걸어 잠그면 전 세계의 경제가 휘청거릴 위험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역에서나 군사부문에서 대미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 분류된다.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시장의 다변화, 결제대금의 다변화 모색 등, 자구책 마련이 시급해 보이는 지점이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우리나라는?
경제적 분야는 앞서 언급했으므로 일단 넘어가겠다. 요즘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남북한의 관계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어버렸다. 급기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헌법에 포함된 한 민족이라는 명제를 삭제함으로써 한 민족이라는 민족적 유대마저 부정해 버렸다. 늘 통일의 명분으로 가장 앞에 세웠던 한 민족이란 명분이 사라지면서 북한의 대남정책은 일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위험한 정세 속에 김정은 위원장과 파격적인 대북정책으로 정상회담까지 가졌던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글쎄, 기대까지는 그렇고 적어도 지금처럼 냉랭하지는 않지 않을까, 조심스레 낙관해 본다. 상대의 실리주의가 반드시 내게 손해가 되라는 법은 없다. 이득을 취할 것은 취하고 대비할 수 있는 손해는 대비하면 된다. 특히 미국이 기침하면 앓아눕는 우리나라. 자기 체력을 강화할 때다. 강화된 체력에는 자신감도 좀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