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창당 과정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전 대표 출신, 이준석 대표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축이 되어 이끌고 있는 제3지대 정당으로 현재 원내 제4당이다. 신당의 창당은 이준석 전 대표의 탈당과 창당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성상납 의혹 제기 직후 김철근 정무실장을 대전으로 내려보내 7억 투자 약속으로 이 의혹이 허위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시켜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2022년 7월 당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6개월의 정지 징계를 받고 당 대표직에서 내려오게 된다. 이후 이준석 전 대표는 탈당은 없다면서 자기 계파를 만들어 당권을 잡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등, 나름대로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국민의힘의 연이은 보궐선거 참패, 지도부의 개혁과 쇄신 거부에 이윽고 2023년 12월,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게 된다. 2024년 1월 양향자 의원과의 합의 하에 한국의희망과 신설합당을 결의하여 신당으로 출범하게 되었다. 양향자 의원은 앞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 처분을 받고 자진탈당해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바 있었다. 이후 2월 9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 상식과 합당해 이낙연, 이준석이 공동대표를 맡기로 선언한다. 이들의 신당은 창당 전당대회 전까지 '개혁신당'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기로 하면서 당분간 개혁신당으로 남게 되었다.
개혁신당 합당의 의미
거대 양당구조의 타파는 이미 지난 삼십여 년, 정치권에서 소수·진보정당들의 주요 구호로 자리매김해 왔다. 독재와 민주세력의 대결구도가 1990년대 초중반 사실 상 와해되면서, 민주화 정치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었던 양김은 분열하고 현재의 양당구도가 고착화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부독재세력의 적통과 야합하면서 많은 지탄을 받았지만, 결국 그 야합으로 라이벌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돌리고 먼저 수권에 성공한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당은 당시 소위 386이라 불리는 민주화투쟁의 주역들을 대거 포섭함으로써 차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람들은 두 정당 사이에 엄청나게 큰 간극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곤 하는데, 일부 쟁점에서 서로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극단적인 반대 진영인 양 행세하지만, 결국 비슷한 보수성향의 정당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현재 국민의힘이 권위주의적 보수라고 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자유주의적 보수라고나 할까? 뭐 그들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인 것이니 이만하도록 하자.
이런 두 정당이 서로 핑퐁 게임처럼 정권을 주고받는 사이, IMF가 터지고, 전면적인 주주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노동시장은 유연화되고 양극화는 심해졌으며, 필수적인 공공재가 사적인 이윤추구 수단으로 바뀌는 등, 정도의 차이는 있되, 비슷한 시장주의와 보수주의의 경로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 파열구를 내고자 하는 것이 소위 제3지대론이다. 거대양당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일정 의석수를 가지고 소수정당이 뭉치면 충분히 정책적 협상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양당의 독주를 막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더 다양한 민의, 계층적 이해가 의회에서 관철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맞고 또 올바른 방향이다.
이렇게 의미만 두고 보자면 썩 괜찮은 내용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거대양당 속에서 헤게모니나 주류를 장악하지 못한 유력 정치인들이 선거만 다가오면 제 3지대론을 외치며 이합집산하는 모습에서는 이런 명분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어떤 조직에서든 자신의 입지를 다져 자기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한 모습, 일정 지분을 가지고 나감으로써 기존에 있던 조직에 더 큰 협상력을 가지고 복귀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일 뿐이다. 일종의 정치적 몽니라는 말이다. 차라리 명백한 정책정당이 선명성이 있지,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위해 뭉친 집단은 오합지졸밖에 되지 않음을 수많은 제3지대 창당과 와해의 역사가 증명한다.
이번 개혁신당도 그러한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합당이라니. 그들이 내걸었던 민주화의 적통성과 이념적 지향은 대체 무엇이었던가? 그 가벼움이 깃털 같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두루뭉술한 개혁이란 말을 들고 나온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느냐, 하는 방향성은 제대로 잡히지 않아 이곳저곳에서 삐걱거리는데 빛 좋은 개살구마냥 '개혁'이란 문구는 삐까번쩍하다. 그러니 합당 일주일 만에 들려오는 파열음. 이런 파열음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조금만 예민했다면 합치기 전부터 충분히 들었을 터이다.
개혁신당 합당 일주일 만의 파열음
앞서 말했지만, 파열음은 이미 이 두 집단이 뭉치기 전부터 들려오고 있었다고 보아야 옳다. 두 진영, 그리고 이낙연과 이준석이라는 거물급 정치인. 그들은 기존의 당내에서 주류가 되지 못하고 밀려나자,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 뛰쳐나온 정치꾼들에 불과하다. 이들은 실제 거대 양당의 정치적 자산을 이용해 성장했고, 그 수혜를 톡톡히 본 사람들이다. 그들이 친정집을 배신하고 나올 때, 그 어떤 제대로된 명분이 있었던가? 바뀌지 않는 기존 정당이 문제라면 그 속에서 싸우는 게 차라리 낫다. 이렇게 뛰쳐나와서 소위 이전에 맞서 싸우던 적장과 야합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자기 버릇 개 못 준다고, 두 사람, 정확히는 두 진영이 공천권과 공천원칙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고 한다, 합당 일주일 만에. 대체 저들은 어떤 사전 조율을 거치고, 어떤 비전을 가졌기에 합당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합집산을 야합이라 부르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필자가 보기에 그저 자기 장난감 빼앗긴 아이의 투정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너무 박한 평가일까? 이념이나 정책적인 조율도 없이 단순히 거대 양당이 싫다고 한다면 정치를 그만두면 된다. 총선까진 여유가 좀 있다. 아직 늦지 않았는데. 이들의 모습 위에 김종필, 손학규 등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나이 든 아재의 기우일까? 창당을 하려면 선명한 정책정당을 지향하라. 정치적 자산을 늘리기 위한 정치공학적인 이합집산 말고.